성소자 게시판

옹기장이 손에 든 진흙과 같이(오마리아 수녀님의 성소이야기)

작성자
지선 김
작성일
2021-03-29 14:28
조회
372


단순하고 솔직한 매력의 오마리아 수녀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하느님이 빚으신 흙 도자기 같은 느낌이 나서 그 순수하고 꾸밈없는 모습에 마음이 겸허해졌습니다.
수녀님과 나눈 대화를 여러분과 나눕니다.


- 수녀님께서 1976년에 성심수녀회에 입회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한국에서 시작한 첫 번째 수련원의 수련자로 양성을 받으셨던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어요?

한국에서 첫 번째로 수련을 받았기 때문에 저희에 대한 기대가 커서 부담스러운 점이 있었지요. 한편으로는 수련기 때부터 외부 강의, 피정 등을 받는 혜택도 받았고요. 어려웠던 점은 선배 수녀님들과 세대 차이가 좀 있었어요. 선배들과 우리와의 연령 차이, 수도 연령 차이가 컸어요. 선배들은 6·25 전에 태어났고, 우리는 그 이후에 태어나서 그 차이도 컸어요. 또 2차 바티칸 이전에 수련을 받은 선배들과의 양성 과정 자체도 매우 달랐어요. 세대 차이는 어느 때고 있지만 그것은 다음 역사를 이루고 정리하는 준비기간 같아요. 오늘날처럼 입회자가 없는 것은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한 준비 같아 희망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 그런 세대 차이가 수도 공동체 생활의 어려움이 되기도 하는데요.

그런 어려움은 ‘하느님이 불러 주셨다’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극복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우리 집은 4대째 가톨릭 신자였어요. 어렸을 때부터 주사 맞을 때 울지 않으면 어른들이 “너는 좋은 수녀 될 거야.”라고 했을 정도로 그냥 당연히 나는 나중에 ‘좋은 수녀’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학교 다니면서는 그런 생각이 다 없어졌어요. 좋은 가정 꾸리려고 가정학과에 진학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청년기에 남자 친구를 만날 때마다 ‘이건 하느님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마음에서 하느님이 부르신다는 확신이 있었는데, 그때는 하느님이 부르시는 길은 오직 수녀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부모님의 수련원 첫 방문

- 성심수녀회는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저는 틀에 박힌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수도복을 입는 수도회에 가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우리 집이 성심수녀회랑 아주 가까웠어요. 어느 날 저희 본당에 성심수녀회 수녀님이 오셔서 강의하시는데, 그분이 참 멋있어 보였어요. 그래서 아주 멋쟁이로 차려입고, 안 하던 매니큐어도 바르고 성심수녀회에 찾아갔어요. 마음속으로는 “너는 수녀 안 돼”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때 찾아가서 한순희 수녀님을 만났는데 수녀님이 “모르겠다. 가끔 와서 기도해보면서 같이 길을 찾아보자.”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가끔 수녀원에 가서 기도하다가 수녀원에 오게 되었죠. 그땐 공식적으로 성소자 모임 같은 게 없던 시절이었어요. 지금 돌이켜 보면 무지하게 시작해도 성심수녀회의 은사를 따르며 살게 되었던 것은 참으로 하느님이 은총이라고 생각돼요. 이런 나의 성소를 도와주는 성서 말씀은 루카 복음 9장 62절에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이었어요. 이 말씀이 저를 입회 전부터 수련 초기까지 계속해서 영향을 주었어요. 하느님만 보고 가면 잘못된 것이 있을지라도 하느님께서 다 수정해주신다는 생각이 들어요.


- 수녀님께서는 성심여고 교직부터 평화방송, 군종 사목, 본당, 상담, 이주민 동반 등 다양한 사도직을 하셨는데요

저의 다양한 사목 가운데 중간시기까지의 사목의 목적은 열심히 성공적으로 사도직을 해서 하느님께 “여기 있어요!”하고 성공적인 어떤 것을 보여드리는 것이 잘하는 사목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저의 삶 중간에 크게 아팠던 적이 있어요. 그렇게 아픈 경험을 통해서 사도직에 관한 생각이 180도 바뀌었어요. 하느님께서 나를 도구로 써서 숙제를 해 가지고 오라는 삶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이미 주신 것을 가지고 감사하고 기쁘게, 더불어 사는 것이 사도직이라는 생각이에요. 그 후론 성패의 문제가 아니라 하느님이 주신 은사를 통해 매일 감사로이 사는 게 가장 큰 사목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물론 주어진 공식적 사목도 모두 은퇴 시기를 넘겼지만 기쁘게 삽니다.


성심여고에서 수업 중에


군인들과 함께

- 다양한 사도직을 하시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셨을 텐데, 지금까지 마음에 담고 기도하시는 분이 있으신지요.

많은 사람들이 기억에 남습니다만 상계동 본당에 있을 때 어떤 초등학교 2년 꼬마가 친구라고 하면서 여자아이를 수녀원에 데려왔어요. 그 아이는 집이 없고 며칠 동안 굴뚝 밑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고 수녀님이 키워 달라면서 데려온 거예요. 그 아이 거취 문제를 생각하며 한 달 정도 수녀원에서 데리고 살았어요. 밥도 해주고, 옷도 구해서 입히고, 연탄불에 물을 데워서 목욕도 씻기고, 가정 방문 다닐 때도 항상 손잡고 다니고 그랬지요. 몸을 씻길 때 회초리로 매 맞고 학대받은 흔적이 있는 아이의 몸을 보면서 처음으로 아주 진하게 수난받는 예수님을 보았습니다. 나중에 엄마를 찾아서 아이를 보냈는데, 그 아이가 20살 정도 될 때까지 저는 마음속으로 그 아이를 기억하며 잘 살도록 매일 기도했었지요. 그 아이를 만나면서 ‘한 영혼을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고민도 했고, 상처받은 예수성심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또 아동, 여성, 성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올라올 때 그 아이와 연결돼 많은 것이 생각났고 일상사 안에서도 ‘눈을 뜨면 많은 것이 보인다’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어요.


- 사람들 안에서 예수님을 만나며 사셨던 삶이 느껴지는데요.

그래요, 군인들부터 노인들까지, 가난한 사람부터 부자까지 과거에 만났던 사람들이 때때로 저를 찾아오곤 해요. 자랑 같지만 저는 누구라도 솔직하고 꾸밈없이, 만나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서 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 한 가지는 저(수도자)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가진 것이 많지 않은 것이 선물인 것 같아요. 제가 누구보다 많이 배운 것도, 부자도 아니고, 자식을 가진 것도 아니고, 어려운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것이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게 하는 것 같아요. 내놓을 것이 없으니까 그냥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주고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지요. 그렇게 내가 가진 것이 없는 것이 내가 줄 수 있는 것이더라고요. 그런 나의 마음이 사람들 안에서 예수님을 만나도록 이끌어 주는 게 아닌가 생각돼요.


- 지금은 공동체를 위해 빵도 구우시고, 그림도 그리시고 도자기를 굽기도 하시잖아요.

빵이야 먹고 싶으니까 만드는 것이고요. 공식 사도직을 끝내며 시간이 남아서 우연히 도자기를 배우게 되었어요. 이것도 큰 선물이지요. 도자기를 하면서 흙으로 사람을 빚으신 하느님의 손길을 느끼기도 하고 명상하기에 좋은 작업이고 근력운동에도 건강에도 좋은 작업이에요. 작업을 하며 하느님이 얼마나 우리를 소중히 빚으셨는지 얼마나 사랑스럽게 느끼시는지 알게 되고 내가 못 만들었지만 하나하나 개성이 있는 작품을 볼 때 저절로 웃음이 나지요. 이렇게 구운 작품들을 사람들과 나누기도 하고 피정 집에 전시하기도 했지요.


- 길을 찾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뭐든 시도해 보면 좋겠어요. 부모님이나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신뢰를 기억하면서 두려움 없이 젊음을 펼쳐 나가면 좋겠어요. 저도 자랑할 것이라고는 부모님께서 저를 끔찍이 사랑해 주시고 믿어주셨던 그것밖에 없어요. 그리고 수녀원에 와서 수련을 받으면서 벌주시고 심판하시는 과거의 하느님 상이 나를 그렇게 끔찍이 사랑해 주시는 하느님으로 바뀌더라고요. 두 개의 큰 기둥, 부모님과 하느님 사랑의 힘! 그 힘에 맡기면 겁날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것은 완전히 무상의 은총이고요. 이렇게 하느님께서 나의 길을 밝혀주시고 인도해 주시니 겁내지 말고 꿋꿋이 걸어가면 좋겠어요. 실패도 나중에 보면 실패가 아니더라고요. 실패는 또 다른 길을 가기 위한 이정표인 것이지요. 저에게 있어 신앙은 조금씩 성공과 실패를 하면서도 매일 그분께 내어 맡기는 삶인 것 같아요.
요즘 우리 모두 코로나19를 체험하고 있잖아요. 인간이 해도 안 되는 것을 체험하면서 말이죠. 이 코로나도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게 해주었고,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 주고 있는 것 같아요. 자~ 두려움을 떨치고 한번 해 봅시다요. 같이 살아보자구요. 완전히 놓으면 새로운 길이 보이는 것을 체험해 봅시다요~

수녀님을 만나는 동안 수녀님 마음속에 계신 하느님, 깊은 신앙의 세계로 풍덩 빠졌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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